Japanese Lounge

일본어 라운지

일본어 원문과 한국어 문장을 나란히 두고, 업로드한 TTS 오디오를 문장별 구간으로 들을 수 있는 라운지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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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평선 너머

2026/07/28 · 60문장 · 수평선 너머.wa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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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평선 너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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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7층 맨 끝 병실에는, 스물여덟 해를 그 안에서만 보낸 청년이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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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날 때부터 심장이 약했던 청년은, 단 한 번도 병원 문밖을 걸어 나가 본 적이 없었습니다. 대신 병원 안이라면 무엇이든 알았습니다. 몇 걸음 만에 검사실이 나오는지, 몇 시가 되면 복도에 소독약 냄새 대신 밥 냄새가 번지는지, 어느 창문으로 보는 노을이 가장 붉은지까지도요. 눈을 감고도 병원 어디든 갈 수 있었지만, 창문 너머의 세상만은 지도 없는 나라처럼 낯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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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의 하루는 창밖을 바라보는 일로 시작해서, 창밖을 바라보는 일로 끝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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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던 어느 날 저녁, 노크 소리도 없이 한 소녀가 병실에 들어왔습니다. 간호사도 아니고, 보호자도 아닌, 처음 보는 소녀였습니다. 소녀는 창가에 걸터앉더니 대뜸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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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병원에서 삶을 보내는 동안, 바깥세상은 엄청난 기술 발전을 이뤘어. 밖이 궁금하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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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은 스물여덟 인생 중 가장 초롱초롱한 눈으로 대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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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금해. 가 보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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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자 소녀는 어디서 가져왔는지, 어디서 꺼냈는지도 모를 풍선 수십 개를 청년의 침대 머리맡에 하나하나 매달기 시작했습니다. 빨강, 노랑, 하늘색, 달빛색. 마지막 풍선의 매듭이 묶이는 순간, 침대가 바닥에서 살며시 떠올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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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대는 열린 창문을 지나 두둥실, 병원 옥상까지 날아올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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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상이라면 검사 때문에 커다란 기계에 실려 몇 번이고 와 본 곳이었습니다. 하지만 기계 소리도, 바퀴 소리도 없이, 오직 바람과 풍선만으로 떠오른 것은 처음이었습니다. 청년의 가슴이 두근거렸습니다. 이상하게도, 그 두근거림은 하나도 아프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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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어디부터 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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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가 침대 모서리에 폴짝 올라앉으며 물었고, 침대는 밤하늘로 미끄러지듯 날아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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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대는 먼저 도시의 밤 위를 지났습니다. 창문 너머로 점처럼만 보이던 불빛들이, 가까이에서 보니 강물처럼 흐르고 있었습니다. 자동차의 불빛이 긴 띠를 이루며 다리를 건넜고, 그 아래 진짜 강물은 도시의 빛을 고스란히 안은 채 반짝였습니다. 청년은 난생처음, 유리를 사이에 두지 않은 바람을 얼굴 가득 맞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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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이 틀 무렵에는 산등성이를 넘었습니다. 안개가 골짜기마다 솜이불처럼 깔려 있었고, 침대는 그 위를 배처럼 떠갔습니다. 청년은 손을 뻗어 안개를 만져 보았습니다. 차갑고, 부드럽고, 금세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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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게 세상에 잔뜩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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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가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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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질 수 있는 것도, 만질 수 없는 것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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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에는 초록빛 논 위를 낮게 날았습니다. 바람이 불 때마다 논은 커다란 초록 물결이 되어 출렁였고, 허수아비가 팔을 벌린 채 두 사람을 배웅했습니다. 오래된 기와지붕들이 모여 있는 마을에서는 처마 끝 풍경 소리가 들렸고, 천년 묵은 탑이 서 있는 들판에서는 별보다 오래된 이야기 냄새가 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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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가 도시에 다다랐을 때, 청년은 처음으로 바다를 보았습니다. 텔레비전에서 본 것과는 전혀 달랐습니다. 바다는 화면에 담기에는 너무 크고, 너무 깊고, 너무 살아 있었습니다. 갈매기들이 침대 곁을 나란히 날며 끼룩끼룩 인사를 건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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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수평선 너머에는 뭐가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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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이 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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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보면 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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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가 씩 웃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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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대는 바다를 건넜습니다. 파도 위로 침대 그림자가 미끄러졌고, 이따금 은빛 물고기들이 물 위로 튀어 올라 반겨 주었습니다. 그렇게 도착한 섬에는 커다란 산이 하나 우뚝 서 있었습니다. 두 사람은 산꼭대기 분화구 위를 한 바퀴 돌고, 돌담이 구불구불 이어진 밭 사이를 지나고, 노란 유채꽃밭 위에서는 침대를 아예 꽃밭에 살짝 내려놓고 한참을 쉬었습니다. 청년은 꽃 한 송이를 꺾는 대신, 얼굴을 파묻고 냄새만 오래오래 맡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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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지고, 섬의 밤하늘에 별이 돋기 시작했을 때였습니다. 병원 창문으로 보던 하늘에는 별이 몇 개 없었는데, 이곳의 하늘에는 별이 쏟아질 듯 가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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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별들을 한참 올려다보던 소녀가, 문득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청년을 바라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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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평선, 지평선을 넘어… 아예 지구 너머는 어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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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의 심장이 두근, 두근, 크게 뛰었습니다. 무섭지는 않았습니다. 아프지도 않았습니다. 그저 설렜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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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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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선들이 일제히 부풀어 오르더니, 침대는 화살처럼 하늘로 솟구쳤습니다. 구름을 뚫고, 노을의 지붕을 지나, 하늘의 파란색이 점점 짙은 남색이 되고, 마침내 까만 우주가 열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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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에서는 침대가 사뿐사뿐 튀어 올랐습니다. 발자국 하나 없는 은빛 언덕 위에, 두 사람은 침대 자국을 살짝 남겨 두고 왔습니다. 화성은 온통 붉은 사막이었는데, 노을이 지구와 반대로 파랗게 진다는 것을 청년은 그날 처음 알았습니다. 목성 곁을 지날 때는 거대한 소용돌이 무늬가 마치 살아 있는 그림처럼 천천히 돌고 있었고, 토성에서는 침대가 고리 위를 썰매처럼 미끄러져 달렸습니다. 얼음 알갱이들이 사방에서 보석처럼 반짝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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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왕성은 옆으로 누워 도는 수줍은 푸른 구슬 같았고, 해왕성의 바람은 우주에서 가장 빨랐지만 침대만은 신기하게도 흔들리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태양 빛이 아득히 멀어진 곳에서, 작고 얼어붙은 명왕성이 두 사람을 맞아 주었습니다. 명왕성의 하늘에서 태양은 별 하나 크기로 반짝일 뿐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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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서, 두 사람은 뒤를 돌아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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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는 보이지 않을 만큼 멀리 있었습니다. 그저 태양 곁 어딘가에서 반짝이는, 티끌 같은 푸른 점 하나. 청년은 그 점을 오래 바라보았습니다. 저 작은 점 안에 병원이 있고, 병실이 있고, 창문이 있고, 창문 너머만 바라보던 스물여덟 해의 자신이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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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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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이 조용히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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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렇게 작은 곳에서, 나는 더 작은 방 안에만 있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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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는 아무 말 없이 곁에 앉아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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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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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이 말을 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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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발하고 나서 지금까지, 심장이 한 번도 아프지 않았어. 두근거리기만 했어. 태어나서 처음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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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가 청년을 바라보았습니다. 그 눈은 명왕성의 밤보다 깊고, 처음 병실에 들어왔을 때처럼 다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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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어떻게 할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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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가 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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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돌아가면, 침대는 병실로 돌아가. 창문도, 소독약 냄새도, 늘 듣던 기계 소리도 그대로 있을 거야. …아니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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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는 명왕성 너머, 별들이 강처럼 흐르는 깊은 우주를 가리켰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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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기, 더 먼 곳. 아직 아무도 못 가 본 곳. 거긴 돌아오는 길이 없어. 대신, 끝도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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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은 다시 한 번 푸른 점을 바라보았습니다. 고마운 곳이었습니다. 자신을 스물여덟 해 동안 살게 해 준 곳. 하지만 그 점을 바라보는 마음에, 이제 미련은 없었습니다. 보고 싶던 것을 보았고, 맡고 싶던 냄새를 맡았고, 맞고 싶던 바람을 맞았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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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은 소녀를 향해 웃었습니다. 스물여덟 인생 중 가장 환한 웃음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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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먼 곳으로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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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도 웃었습니다. 그리고 침대 머리맡의 풍선 끈을 살짝 당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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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대는 명왕성을 지나, 태양의 빛이 닿는 마지막 자리를 지나, 별들의 강 속으로 미끄러져 들어갔습니다. 청년은 이불을 덮은 채, 쏟아지는 별빛 속에서 천천히 눈을 감았습니다. 심장은 아프지 않았습니다. 다만 아주 멀리서, 새로운 세상의 문이 열리는 소리처럼, 고요하고 길게 울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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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 동이 텄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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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7층 맨 끝 병실의 창문으로 아침 햇살이 길게 들어왔습니다. 침대 위의 청년은 얼굴에 미소를 지은 채였고, 곁에 있던 기기들은 삐— 하는 긴 소리를 내며 멈춰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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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려온 간호사들은 이상하다고 생각했습니다. 평생 병실 밖을 나가 본 적 없는 청년의 얼굴이, 마치 아주 멀고 먼 여행을 다녀온 사람처럼 편안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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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날 아침, 병실을 정리하던 한 간호사는 고개를 갸웃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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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대 다리에, 어디서 날아왔는지 모를 풍선 끈 하나가 묶여 있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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끈 끝에 풍선은 없었습니다. 풍선은, 이미 아주 먼 곳까지 날아간 뒤였으니까요.